남현정 작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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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fht43oso 댓글 0건 조회 6회 작성일 25-06-06 05:19본문
남현정 작가는 4일 한겨레에 “모리스 라벨의 2악장에서 제목을 가져왔다”며 “굉장히 초조한 상태였는데 ‘아주 천천히’라는 어감이 내게 큰 위로가 됐고 소설을 향한 내 마음이란 생각이 순간 들어서 처음부터 표제작 제목으로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대중적으로, 친절하게, 재밌는 소설을 쓰고도 싶었지만 내게서 나오는 소설이 이런 방식이라 고독과 답답함도 있었다”며 “다만 작품에 아름다운 문장이 있다면 그 문장 하나에만이라도 붙들려주시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인물들이 서운해하지 않겠냐’ 물으니, 작가는 망설이다 말했다. “괜찮습니다, 아주 작은 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정도는 잘 알고 있는 이들이니까요.” 문학과지성사 제공 가정에서 폭력에 할퀸 이의 ‘성장 서사’는 적지 않다. 오래전 사건과 여전한 기억, 애틋한 탈각의 여정이 대개 전제되거니와, 이 전제는 응당 ‘시간’을 또 필요로 한다. 퍽 다른 성장 서사가 여기 있다. ‘누구나 똑같은 마음을 가졌던’ 제목의 단편, 주인공 이름은 ‘아니’다. 일단 ‘사건’부터 이 정도다. “가장 큰 사람이 어린 아니를 때렸을 때, 가장 큰 폭력이 어린 아니의 얼굴을 보랏빛으로 물들였다. 어린 아니는 거울에 비친 보랏빛을 주시했다.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최대한의 없음. 보랏빛 무. 없음의 표면 위로 존재한 적 없는 한 얼굴이 나타나면, 어린 아니는 그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녀는 그것이 자신의 고통이라는 걸 알았다.” 차라리 “식탁 위에 잘 차려진 음식처럼 폭력을 위해” 자신의 “고통”을 “준비”했다는 아니는 하여 어떻게 자라는가. 아니, 자라기는 하는가. “아니는 흙에 빗방울이 부딪히는 것을 보았다. 빗방울은 형체를 잃지 않았다. (…) 헤아릴 수 없는 영혼들의 메아리가 빗방울에 맺혀 있었다. (…) 한없이 내리는 빗방울이, 불멸이, 무한의 정적이 아니의 몸속에 부드럽게 스며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아니는 빗방울에 의해 삶의 핵심에 다다랐다. 흙이 젖어 들었다.” 죽어버린 ‘악스’의 영혼 내지 남은 자아라 해도 무방할 ‘아니’가 이제 세계에 복수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한들, 소설의 요점은 ‘보복’과 같은 또 다른 서사가 아니다. 추정컨대, ‘경험 이전의 경험’조차 감각하게 되는, 즉'누구를 위하여 종은 이곳에 왔나'. 인천광역시 시립박물관 야외 전시장 내 철제 종(鐘)의 안내판 제목이다.이 종은 중국 허난성(河南省)의 절에 있던 것으로, 이경성(李慶成) 초대 인천시립박물관장이 1945년 박물관 개관 작업을 하면서 부평의 일본 육군조병창에서 실어 온 것이다. 높이 2m, 무게 2.5톤의 거대한 몸집을 자랑한다. ▲인천시립박물관 '우리 박물관의 기구한 손님들' 기획전 포스터 ⓒ인천광역시 조병창은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군이 무기를 만들기 위해 부평에 설치한 군수물자 제조 시설이다. 일제는 무기 제조에 필요한 금속을 확보하기 위해 한반도는 물론 중국 각지에서도 자원을 대대적으로 수탈했다. 이 과정에서 모인 쇳덩이들이 전쟁 말기 조병창에 산더미처럼 쌓였고, 이 종은 그 속에 보석처럼 묻혀 있었다.중원(中原)의 고즈넉한 산사(山寺)를 지켜야 할 송나라 종이 인천 송도 청량산 자락 박물관 뜰에 놓이게 된 것은, 그 자체로 기구한 운명이라 할 수 있다.인천시립박물관은 상반기 기획특별전으로 '우리 박물관의 기구한 손님들' 전시회를 연다고 5일 밝혔다.다른 박물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기구한 사연'을 가진 유물들을 골라 인천과 대한민국, 동아시아가 걸어온 곡절 많은 역사를 되돌아보는 전시다.우여곡절이 많은 삶을 흔히 '기구하다'라고 말하듯, 인천시립박물관에는 유난히 기구한 운명의 유물이 많다.시베리아 대지에 있어야 할 거대한 매머드 어금니(상아)가 왜 인천시립박물관 수장고에 있을까.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해군박물관에 나부끼고 있어야 할 120년 전 러시아 군함 깃발이 왜 송도 청량산 자락에 있을까.개항, 청일전쟁, 러일전쟁, 일제강점기, 태평양전쟁, 6.25 전쟁, 산업화, 민주화…. 한국 근현대사의 중요한 분기점마다 인천은 늘 그 중심에 있었다.인천시립박물관은 그렇게 시대의 굴곡을 지나 이곳에 안착한 '기구한 손님'을 가장 많이 품고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이번 전시에는 임오군란(1882년) 당시 도망치다가 인천에서 죽을 뻔한 하나부사(花房質義) 일본공사 조난비, 구한말 선교사로 와 인술을 베풀던 약대인(藥大人) 랜디스(1865~1898)의 십자가, 조선 최초 대불호텔이 중국요리집으로 바뀌며 내걸었던 '중화루' 간판, 조선 국왕이 개항기 독일계 무역상사 세창양행에 하사했다는 나전칠기 장롱 등도 만나볼 수 있다.김태익 인천시립박물관장은 “유물은 인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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