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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ㅇㅇ 댓글 0건 조회 4회 작성일 25-03-0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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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노출월관리 "계엄군이 정치인들을 암살하고 북한군 소행으로 위장하려고 했다." "선관위 연수원에서 붙잡힌 중국인들이 부정선거 관여를 자백했다." 요즘 이런 유의 황당한 주장들이 넘쳐난다. 문제는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그것들을 곧이곧대로 믿고 꾸역꾸역 광장으로 향한다는 점이다.이를 두고 사람은 편향적 인지 속성으로 인해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는 담론이 홍수를 이룬다. 한마디로 수용자 책임론이다. 하지만 정치적·상업적 의도로 그런 주장을 발신하여 수용자들을 자극하고 이익을 얻는 자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 그런 행위야말로 정치적 가스라이팅이라고 할 만하다. 가스라이팅은 타인을 지배하여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행위다.본래 이 개념은 어느 유명 연극에서 유래되었다. 바로 패트릭 해밀턴의 '가스등'(Gaslight·1938)이다. 거기서 중년 남자는 자신의 범죄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젊은 여자와 결혼하고 그녀를 교묘하게 정신병자로 몰아간다. 이 와중에 그녀도 자신이 진짜 미쳐가고 있다고 착각한다. 마침 등장한 전직 형사가 남편의 흉계를 들춰냄으로써 연극은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그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한 여자의 삶이 억울하게 나락으로 떨어질 뻔했다.매닝엄 잭과 매닝엄 벨라 부부는 4층 집에 산다. 1층은 하녀방과 주방, 2층은 거실, 3층은 침실, 4층은 다락방이다. 잭은 다락방에는 누구도 올라가지 못하게 한다. 사실 누구도 그리로 올라가는 통로조차 모른다. 잭은 사소한 일로 꼬투리를 잡아, 벨라가 너무 나약하다고 몰아붙인다. 그러다 불쑥 벽에 걸렸던 그림을 어디다 치웠느냐고 다그친다. 모른다고 하자, 하녀들을 호출한다. 벨라가 우리 둘 사이의 일이라며 말린다. 막무가내로 잭은 하녀들을 불러 그림의 행방을 묻는다. 모두 모른다고 한다. 이번에도 벨라가 치우고 기억을 못하는 것으로 결론내린다. 잭은 하녀들에게도 벨라의 정신 상태를 들먹이며 잘 살펴보라고 당부한다.전에도 벨라는 소소한 물건의 행방을 기억하지 못했다. 나중에 그것들이 그녀의 용품함에서 발견되었다. 그때마다 잭은 벨라의 정신 상태가 점점 이상해지고 있다고 압박했다. 잭이 다시 그림의 행방을 다그치자, 벨라는 혹시 장식장 뒤를 보라고 말한다. 전에도 거기서 물건을 되찾곤 했다. 이번에도 거기에 그림이 있다. 또다시 벨라의 정신 상태가 도마에 오른다.잭은 벨라에게 "당신 어머니처럼 당신도 미쳤다.… 이제 진실과 마주할 시간이다"라고 쏘아붙인다. 사실 벨라의 어머니는 정신병원에 있다가 죽었다. 급기야 잭은 벨라를 정신병원에 넣겠다고 협박한다. 벨라도 자신의 정신 상태에 대해 혼란을 느낀다. 그녀는 자신을 관대하게 대해 달라고 애원한다. 이날도 잭은 어김없이 저녁 외출을 준비한다.잭은 나가는 길에 식료품 가게의 외상을 갚겠다며 청구서를 달라고 한다. 벨라가 책상 위에 두었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책상 위에 없다. 잭은 다시 한번 난리를 피우고 나간다. 잠시 후 러프라는 60세가량의 낯선 남자가 찾아온다. 그는 근방에 살고 있고, 10년 전에 은퇴한 전직 형사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자신이 해결한 강력 사건들을 열거하며 벨라를 안심시킨다.러프는 벨라가 결혼한 지 7년 되었고, 잭이 매일 저녁 외출을 하고, 그는 누구도 4층 다락방에 올라가지 못하게 한다는 것 등을 소상히 알고 있었다. 이 집 하녀 낸시가 자신의 젊은 직원과 어울리며 그런 사정을 털어놓았고 그것을 전해 들었다는 것이다. 약간의 신뢰가 쌓이자, 벨라는 6개월 전 이 집으로 이사와서부터 자신이 미쳐가고 있다고 하소연한다.러프는 남편이 외출하면 4층에서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느냐고 묻는다. 벨라가 그렇다고 말한다. 벨라가 그런 말을 하면 남편은 그녀의 정신 상태를 탓한다. 또한 남편이 나가면 잠시 후 거실의 가스등이 다소 희미해졌다가, 들어오기 직전에 다시 밝아진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남편은 또다시 그녀의 정신 상태를 들먹인다. 그러나 벨라는 남편이 나가 이 집 어딘가의 가스등을 켜서 거실의 가스등이 상대적으로 흐려졌다가, 남편이 들어오기 전에 그 불을 꺼서 거실의 가스등이 다시 환해진다고 추론한다. 러프도 그녀의 추론에 호응한다.벨라가 반지, 열쇠 등 남편이 맡긴 물건을 보관하면 그것들이 감쪽같이 사라진다. 나중에 남편이 어김없이 이곳저곳에서 그것들을 찾아내곤 한다. 한번은 개가 발을 다쳤는데 남편이나 하녀는 다들 모른다고 한다. 남편은 벨라가 개를 다치게 하고 그 사실을 깜빡한 것이라고 단정한다. 벨라도 점점 자신의 정신상태가 정말 이상해지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드디어 러프는 20년 전 보석상 앨리스 발로 부인이 목을 찔려 죽은 미제 사건을 언급한다. 이 집은 발로 부인의 집이었고, 바로 이 거실에서 부인이 처참하게 살해당했다. 그럼에도 발로 부인이 가지고 있던 엄청난 고가의 '발로 루비'는 끝내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 러프는 현직 당시의 사건 경험, 최근의 탐문, 벨라와의 대화 등을 종합해 자신의 결론을 내놓는다.그에 따르면, 발로 부인의 먼 친척인 잭은 '발로 루비'를 노리고 부인을 죽였으나 끝내 그것을 찾지 못했다. 잭은 수사망을 피해 이름을 바꾸고 신분을 세탁하고 결혼하고 이곳저곳 전전하다 6개월 전에 이 집을 구입했다. 매일 저녁 다락방에 올라가 그 루비를 찾고 있으며, 동시에 아내를 정신병자로 몰아 병원에 넣고 자신의 범죄 이익을 독차지하려고 하고 있다.러프는 형사 시절의 실력을 발휘하여 잭이 잠궈 놓은 책상 서랍을 열어본다. 식료품가게 청구서, 시계, 브로치 등이 나온다. 모두 벨라가 어디 뒀는지 잊어버렸던(?) 물건들이다. 거기에는 벨라의 친척에게서 온 편지도 있다. 어쩐지 벨라가 편지를 해도 도무지 답장이 없었다. 잭이 모든 연락을 막은 것이다. 드디어 벨라는 자신이 결코 미치지 않았다고 확신한다.벨라는 잭이 준 브로치가 새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러프가 어떻게 아느냐고 묻는다. 벨라는 브로치 안쪽에 열리는 장치가 있어 무심코 열어 봤더니 안에서 구슬들이 나오고 그 안에 희미하게 무슨 글자들이 적혀 있다고 대답한다. 그러자 러프는 그 구슬들이 어디 있느냐고 다그친다. 벨라가 거실 꽃병에 넣어두었던 구슬들을 꺼내 준다. 러프는 그것이 바로 그 유명한 '발로 루비'라고 외친다. 돌아온 잭은 러프가 미리 대기시켜 놓은 경찰에게 포박된다.벨라는 러프에게 잭과 잠시 단둘이만 있게 해달라고 간청한다. 둘만 남게 되자, 잭은 포승줄을 풀어달라고 애원하다. 벨라는 자신이 미쳐서 끈을 풀 줄 모른다고 쏘아붙인다. 그러면서 그간 자신이 받은 부당한 압박을 나열하며 잭을 철저히 응징한다. 러프가 들어와 '가장 끔찍한 저녁'이라고 말하자, 벨라는 "가장 끔찍한… 아니, 가장 멋진 저녁"이라고 절규한다.정치와 상업이 뒤엉킨 시대다. '듣고 싶은 말'에 목을 매는 피해자들이 넘쳐난다. 정치인과 유투버들이 그들을 상대로 '듣고 싶은 말'로 가스라이팅을 자행한다. 러프와 같은 제3자의 자리는 없다. 가스라이터들이 스스로 멈춰 이익을 포기할 리도 없다. 피해자들 스스로 "가장 끔찍한… 아니, 가장 멋진 저녁"을 만들어야 할 텐데, 그게 말처럼 쉬운 노릇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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